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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이가 사는법_Way of Yohan

방년 26, 모든 걸 할 수 있는 나이.

방년 26, 모든 걸 할 수 있는 나이.

"앗싸! 오늘도 하나!"

단칸방 베란다 창문에 붙여놓은 촘촘한 새벽기도표에 동그라미 하나를 냉큼 치고 집을 나선다. 엘레베이터 없는 5층 자취방을 쏜살같이, 그렇지만 살금살금 뛰어내려와 나의 소중한 무연료, 무엔진 이륜 오픈카의 자물쇠를 끄른다.

"Go, Go, Go! 10분 남았다!"

5시 18분. 아직 떠오르지 않은 해 아래 캄캄한 새벽이지만 나는 신나게 페달을 밟으며 새벽을 깨운다.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새해가 시작할 때 여러 가지 결심을 하듯이, 나 또한 2008년이 시작하며 몇 가지 결심을 했다. 영어완전정복, 스포츠 댄스, 컴퓨터 활용능력 자격증, 몸짱, 일년에 책 100권 읽기, 기타치기, 오카리나 불기, 책 쓰기, 돈 벌기, 일본어 마스터... 좀 많은가? 어쨌든 철저히 계획해서 올해에는 이것들을 꼭 성취하고 말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역시나 그렇듯이, 작심삼일, 한여름밤의 꿈이 되어 버렸다. 계획은 완벽했다. 그대로 실천만 하면 저 많은 것들을 분명히 이룰 수 있다. 그리고 깨달은 것은 내 몸이 못 따라준다는 것이다. 아무리 염두해 두었다지만 예기치 않은 일이 수없이 일어나고, 무엇보다 50분 영어공부하고 10분 쉬고, 50분 일어공부하고 10분 쉬고, 50분 운동하고 10분 쉬는 것 같은 일이 내겐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로봇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대로는 아무것도 못 이루겠다고 생각한 나는 우선순위를 정해서 하나라도 이뤄보자는, 참으로 기특한 생각을 해냈다.

그 첫 번재는 사역이요, 두 번째는 직장생활이요 세 번째는 새벽기도이다. 작년 12월에 처음 시작한 초등처 전도사 사역은 정말정말 힘들었다. 다 내가 부족한 탓이지만, 하나님 바짓가랑이를 몇 번이고 찢어먹을 만큼 매달리지 않고서는 정말 할 수 없는 시간들이었다. 초등학교 1, 2학년 부서와 어린이 영어예배 두 부서를 섬기게 되었다. 첫 사역의 긴장감 가운데, 아이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어른식 설교, 도저히 알아듣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영어 설교를 알아듣게 하려고 머리를 싸매며 다양한 시도, 그리고 좌절. 이것저것 다양하고 처음 해보는 일에 정신없이 실수를 연발하던 시간들이 지났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지금에 왔고, 아직도 우리 주님은 바짓가랑이의 대한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하지만, 이제 많이 성장한 그래서 부족한 부분을 더 많이 깨닫는 내 자신을 보게 된다.

이런 사역을 생각하여 나름 쉬운 직장을 잡았지만 그것도 나름이다. 하루 8시간, 때론 잔업과 야근으로 정신없이 바쁘게 일하다보면 집에와서는 쓰러지기 바빴다. 집에 돈을 보내드리지 않아도 되는 것만도 다행인 나에겐 필수적이었던 직장생활. 이제는 꽤 적응하여 퇴근시 룰루랄라 콧노래 부르며 집에 와 이것저것 다른 것도 손대본다.

지금 2008년 남은 시간 동안 내 가장 큰 목표는 바로 새벽기도이다. 사실 2008년 시작하면서 같이 시작했지만, 이 핑계, 저 핑계로 작심삼일, 이일, 일일 등등 계속 실패해 왔던 것이다. 많은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하나부터 시작해야 한다. 하나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것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최우선 순위로 삼아야 한다. 새벽을 깨운지 이제 42일 째. 1차 목표는 100일이다. 그 날이 되어 꼭 자축파티를 하고 말겠다.

내 나이 이제 스물여섯.

50대, 40대, 30대, 심지어 20대 후반, 30대 초반인 사람들도 내 나이를 들으면 곧 잘 이런 얘기를 한다. “좋을 때다.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나이지. 내가 그 나이만 되었어도...” 이보다 어렸을 때는 그 말이 이해가 안됐다. 하지만 새파란 고등학생들을 보고 나도 모르게 튀어 나오는 소리가...“좋을 때다,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나이지...” 그럼 그 고등학생 왈, “내가 1년만 젊었어도..., 초등학생 때가 행복했죠.“ 하하하, 웃기지도 않다. 그래서 생각해 본다. 30대가 20대를 보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나이라 말하고, 20대가 10대를 보고 똑같이 말한다면, 40대는? 50대는? 60대는? 고령화 사회니까 어디 80대는? 모두 그보다 젊은 사람을 보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나이”라고 말한다. 그 말은 곧, 10대도, 20대도, 30대도, 40대도, 그리고 60대, 아니 평생까지도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나이”인 것이다. 바로 지금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나이”이다. 아직 이룬 것보다 이루지 못한 것이 더 많은 2008년이지만 이렇게 결심해 본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이 젊은 마음을 가지고 평생을 살겠다고...

 

PT로맨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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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피플 매거진 지원하려고 한번 써봤다. 당첨되든 안되든... 내 마음에 들게 썼고, 그걸로 됐다. ㅎ

ㅎ 당첨은 안됐다. 오히려 다른 글이 올라갔다. 이번에 에세이 지원자들 중에서 뽑지를 않았다. 이슬비 장학회? 여운학 장로님만 올라갔다. 좀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에세이 쓴 다른 사람이 뽑혔으면 아, 나보다 잘 쓴 사람이 있어서 그렇구나, 하고 넘어갈 텐데... 모집한다고 해놓고는 아무도 안 뽑다니...

얘기해 봐야겠다, 이유가 뭔지... (08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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